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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 HOUSE/Building Cost

시공분쟁

많은 사람들이 일반 업자를 상대로 자주하는 말이 있다.

"꼭 설계도면대로 시공합시다."


본래 좀 더 명확하게는 설계도면보다 설계도서대로 시공합시다. 라는 말이 맞다. 설계도면은 그냥 도면만 말하는 것이고 설계도서는 도면에 시방서, 내역 등등 여러 가지 관련자료를 종합한 것을 말한다.이게 왜 중요하냐면 일반 A3 위에 작도하는 제도도면. 흔히 말하는 설계도면에는 시공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설계도면에는 옥상 방수작업에 우레탄을 사용한다고는 적혀있을지 몰라도 이것을 초벌, 중벌, 마무리 3회에 걸처 시공하고, 콘크리트는 양생을 몇일 하고 이러한 설명이 적혀있지 않다. 그러니 그냥 업자들 본인이 아는 방식대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시공법. 이게 문서로는 없지만 나름의 관행적인 시방서라고 할 수 있다.


건축주는 이러한 시공방법에 관하여는 그냥 업자를 믿고 갈 수 밖에 없다. 업자는 본인의 방식대로 시공을 할 것이고 (이것이 꼭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 건축주는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타 현장의 시공방법을 듣고 우리현장과 방식이 다르면 뭔가 탐탁치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른 현장에서는 이렇게 한다는데 우리 현장은 생략하고 하네?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생략하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발동한다. 그래서 업자에게 시공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업자는 추가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업자도 처음에 본인의 방식대로 시공할 것을 생각하고 공사비를 계약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주로서는 이미 시공계약을 했는데 뭐 좀 해달라고 했다고 추가비용을 요구하니 업자가 장사치로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시방서의 부재로 건축주와 현장의 오해는 오늘까지도 여전하다. 공사 끝날때까지 불편하게 가는 것이다.



존재하는 시방서들


시방서는 대형 건설회사들은 본인들의 방식을 기술한 각자의 시방서가 존재한다. LH에서는 아파트를 전국적인 규모로 제공하는데 그때마다 현장 전부를 직접시공하는게 아니고 본인들이 만든 시방서를 근거로 지역 시공업체와 계약하여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래야 어느 현장이건 이 시방서를 근거로 똑같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을 맡은 업체에서 전부 자기들 방식으로 시공하면 이게 어떻게 다 같은 LH 아파트란 말인가. 설계도면대로 외형이나 사용자재는 같을지 몰라도 시공방법이 제각각이면 품질도 다 제각각이 되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혹은 어느 지역의 관공서에도 자기들만의 시방서가 존재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는 이 시방서에 근거하여 공사하라. 뭐 이런 느낌이다. 국토교통부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혹은 건설인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표준시방서도 있다. 만약 지자체에서 어떤 공사를 발주하는데 자기들만의 특별한 공사방법이 없다면 LH 것을 사용하거나, 방금 말한 표준시방서를 사용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방서가 매우 많이 있기 때문에 표준시방서라는 권장도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시공방법이 워낙에 다 제각각이라 ..) 하지만 그냥 말만 표준시방서인 것이지 어차피 시장은 각각의 방식을 따른다.


시방서는 그냥 시공방법을 기술한 문서기 때문에 음.. 일반 제품의 사용설명서 같은 느낌일까? 만약 어느 기업에서 새로운 건축자재를 개발했고 이 자재를 시공하는 방법을 적어놓으면 이런것들은 특기시방서라고 부른다. (특이해서?) 말이 시방서지 읽으나 마나한 내용을 적어놓은 시방서도 있다. 내용인 즉 '현장주변은 늘 깨끝이 정돈한다.' 이런 읽으나 마나한 내용만 적어놓은 시방서. 그러니까 시방서끼리도 클라스가 있다는 말씀!




왜 시방서는 관행에서 탈락했는가?


국가발주! 관공서 물량에서 시방서 제출은 무조건이다. 시방서 없이 설계도면만 납품한다는 것은 뭔가 반쪽을 잃어버린 느낌. 납품이 성립될 수 없다. 근데 이상하게 전원주택이나 소규모 시공현장에는 시방서가 없고 도면만 있다. 솔직히 도면만 갖고도 얼마든지 시공이 가능하다. 상가건물은 시공방법에 대해 누가 특별히 터치하지 않으니 분쟁이 덜한데 유독 단독주택은 분쟁이 많다. 전원주택 건축주들은 본인만의 최고의 주택에 기대감이 많기 때문에 공사방법에 까지 관여하면서 우리현장 옆집 현장 돌며 비교하고, 소비자 세력까지 존재할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일단 내가 지켜본 바 근본적인 문제는 시방서의 부재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시공방법과 업자의 시공방법이 서로 다르면서 말은 안해도 건축주는 오해하기 시작한다.


그럼 계약 때 시방서까지 준비해서 하면 될 것을 왜 여태 도면만 갖고 공사해왔을까?! 일단 시방서의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업자가 시방서와 도면을 제시하며 공사비 내역을 제출했을 때 건축주가 받는 느낌은 인근 다른업자가 제시한 공사비 보다 2배 높은 가격! "이거 순 사기꾼 아니야?" 한마디로 시장성이 없다. 관공서 물량에서 공사비는 일반민간공사보다 훨씬 잘 쳐준다. 남는 것도 많다. 어떤 업체가 시방서 기준으로 시공하려고 할 때 경쟁업체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건축주의 마음을 훔친다. 평생 1번에서 2번 할까 말까 한 주택건축인데, 전재산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렴한 가격에 도도할 수 있는 건축주는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일단 시방서는 너무 학문적이다. 현장에서 일하는데 이런 시방서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공사하는게 과연 가능한지 만든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뭐 적당한 분량의 시방서도 존재하긴 한다. 일단 이게 무슨말인지 감이 안올테니 샘플로 한번 아래 파일을 열어보길 권한다. 국가표준시방서를 근거로 만들었다는데도 분량이 이정도다. 현장마다 이걸 근거로 시방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활용하라는데 그 일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시공기술사나 대기업은 가능하겠지.


서울특별시 전문시방서2011.pdf